북리뷰: 5.18광주항쟁을 그린 한강의 ‘소년이 온다’

0

 

북리뷰: 5.18광주항쟁을 그린 한강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 수상 작가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

우리나라의 작가 한강이 16일 작품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작가가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으로 한 여성이 자신의 집과 가족, 사회를 묶는 모든 관습에 대한 저항으로써, 그리고 폭력에 대한 저항으로써 극단적인 채식을 통해 죽음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그린다.

광주 출신인 한강 작가에게는 특히 어릴 때 친척들을 입을 통해 가까이 접했던 5.18 광주민중항쟁의 폭력적이고 잔혹한 역사가 그 내면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마침 5.18을 며칠 앞두고 수상 소식을 접하며 뉴스프로는 80년 5월 광주학살을 그린 작가의 2014년 작품 <소년이 온다>의 인디펜던트 북리뷰 기사를 선정해서 번역했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데보라 스미스가 영어로 번역했다.

인디펜던트 북리뷰는 <채식주의자>의 저항이 개인적인 저항인데 반해 <소년이 온다>에서의 저항은 “시민적 차원에서의 정치적 투쟁의 형식”을 취하며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 학생들이 총에 맞고, 두들겨 맞아 목숨을 잃었던 실제 사건인 광주민주화항쟁”이 소설의 배경이라고 작품을 소개한다.

북리뷰는 이어서 작가가 인간의 존재에 대한 파라독스를, 죽은 시신으로 거리에 쌓여 고깃덩어리 같은 짐승의 모습으로 추락한 인간의 모습과 이와 대비해서 “신념을 위해 사랑하고 고통받으며,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즉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는 우리 인간의 능력을 함께 포착”하는 것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 파라독스는 또한 지독한 고문을 당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통해 고문으로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이 말살되고 “한낱 고깃덩어리”처럼 추락한 자신들의 모습을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싸웠던 고결한 정신과 어떻게 타협시키는지의 고민에서도 나타난다.

즉 생생한 폭력과 고문 살해의 현장에서도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작가는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북리뷰는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떠올리는 어머니에 대한 묘사를 예로 들며 “정교한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낸 내면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작가의 “문학적 탁월함”을 언급하며 리뷰를 마친다.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인디펜던트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ind.pn/1suvAJ2

Human Acts by Han Kang; trans. Deborah Smith, book review

북리뷰: 한강의 <소년이 온다> (데보라 스미스 역)

Han Kang tackles a shocking moment in South Korean history in her searing novel

한강 작가는 강렬한 이 소설에서 한국사의 충격적인 순간을 그린다

www_independent_co_uk_20160518_010619(1)

www_independent_co_uk_20160518_010729(2)
A 2007 student demonstration commemorating the 1980 Kwangju Massacre Rex Features
1980 광주학살을 추모하는 2007년 학생 시위

Han Kang’s last novel was about resistance. The Vegetarian’s Yeong-hye fought her battle-of-one against South Korean family life, marriage and wifely duty by starving herself into a kind of non-being. It was an unexpected book, full of a dreamy, narrative delicacy and an ideological anger digested into the life of her central character.

한강의 지난 작품은 저항에 관한 것이었다. <채식주의자>의 영혜는 금식하며 일종의 무존재 상태로 자신을 몰아감으로써 한국 가정의 삶, 결혼, 그리고 아내의 의무에 저항해서 일인 투쟁을 벌였다. 그것은 꿈꾸는 듯한 설화체의 섬세함으로 가득하고 이데올로기적 분노가 주인공의 삶 속에 녹아든 색다른 작품이었다.

In Human Acts, resistance comes as political struggle on a civic scale, tracing the real events of the Gwangju uprising of May 1980 which saw students fired upon, beaten and killed as they demonstrated against Chun Doo-hwan’s martial regime. That world, bloody, brutal, full of corpses in streets and school gymnasiums, is how we enter Han’s story, observing the wreckage of bodies through ghost eyes, or the eyes of those who shall soon be dead, and then, in later chapters, by the survivors who are, in some senses, the living dead, unable to overcome the trauma of both their torture and their survival.

<소년이 온다>에서 저항은 시민적 차원에서의 정치적 투쟁의 형식으로 나타나며,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 학생들이 총에 맞고, 두들겨 맞아 목숨을 잃었던 실제 사건인 광주민중항쟁의 기억을 더듬는다. 유혈이 낭자하고 잔혹했던, 그리고 시신이 거리와 학교 체육관을 가득 메웠던 그 세상이 한강 작가의 이야기의 시작이며, 영혼의 눈, 혹은 곧 죽을 운명인 사람들의 눈을 통해, 그런 다음 뒷 부분에서는 생존자들,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이 겪은 고문과 살아남은 충격을 극복하지 못해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생존자들을 통해 스러진 시신들을 바라본다.

Three young people – 15-year-old Dong-ho, high school student Eun-sook, and dressmaker’s machinist Seon-ju – are supervising the dead in a makeshift morgue, lighting candles beside mutilated bodies to muffle the stench of human decomposition while the deceased wait to be identified by their families.

세 명의 젊은이들, 15세의 동호, 고등학생 은숙 그리고 양장점 재봉사인 선주는 급조한 합동분향소에서 사망한 자들의 신원이 유족들에게 확인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신의 부패로 나는 악취를 가리기 위해 손상된 시신 곁에 촛불을 밝히며 시신을 수습한다.

Han manages to describe death in slow, dreadful detail without veering into the pornographic. The uprising’s activism was largely undertaken by students, so we see their bodies and the anguish of parents. We are, at one point, taken within a kind of dung-heap of dead bodies which the troops collect, and this section is – daringly – spoken by the soul of Dong-ho’s school friend (“My body continued to putrefy. More and more mayflies crowded inside my open wounds.”). The effect is powerful but his story is left floating, rather like his soul. Many of the characters’ stories intersect but remain hanging. Perhaps that is the point – that so many remained lost, damaged, unidentified, but this leaves the reader slightly stranded.

작가는 자극적으로 방향을 틀지 않으면서, 천천히 그리고 지독히도 자세히 죽음을 묘사해낸다. 광주민중항쟁은 대부분 학생들이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시신과 부모들의 비통함을 보게 된다. 어느 순간, 우리는 군인들이 수집해 거름더미처럼 쌓아 놓은 죽은 시신들 사이로 인도되고, 이 부분은 과감하게도 동호 학교 친구의 영혼에 의해 서술된다. (“계속해서 내 몸은 썩어갔어. 벌어진 상처 속에 점점 더 많은 날파리들이 엉겼어.”) 효과는 강렬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마치 그의 영혼처럼 공중에서 떠도는 채로 남겨진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지만 여전히 허공에 떠 있다. 아마도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점, 즉 너무나 많은 이들이 행방불명이 되고 손상당하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르나, 이는 독자들을 약간 당혹스럽게 한다.

The Vegetarian showed Han’s preoccupation with the human body and in Human Acts she captures the paradox of being human: the meat-like, animal reduction of our humanity – the dead bodies of the beginning chapter – alongside our ability to love and suffer for our principles, and die for them, that make us truly human.

<채식주의자>는 작가가 가진 인간의 몸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었고,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파라독스를 그려낸다. 즉 고깃덩어리 같은 짐승의 모습 -첫 장에서 묘사되는 시신들- 으로 추락한 우리의 인간성, 그리고 이와 대립해서, 신념을 위해 사랑하고 고통받으며, 그것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즉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드는 우리 인간의 능력을 함께 포착한다.

She is excellent in summarising this paradox through torture, which she recounts in eye-watering detail. The result, again, is not lurid but tragic: “At that moment I realised what all this was for. The words that this torture and starvation were intended to elicit. We will make you realise how ridiculous it was, the lot of you waving the national flag… We will prove to you that you are nothing but filthy stinking bodies…” The tortured, after their survival, struggle to negotiate their abased identity as “nothing but a lump of meat” with their soulful sides.

작가는 눈물 나도록 자세하게 묘사된 고문을 통해 집약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이 파라독스를 서술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또다시 끔찍하기보다는 비극적이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원한 게 무엇이었는지. 우리를 굶기고 고문하면서 그들이 하고 싶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이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주겠다…”* 고문을 받은 자들은, 살아남은 후 “한낱 고깃덩어리”로 추락한 자신들의 존재를 그들이 가졌던 고귀한 정신으로 극복하려 몸부림친다.

*역주: 작품이 인용된 부분에서 중략된 부분을 역자의 자의로 원본대로 복구시켜 인용했다.

The trauma here is bigger than in The Vegetarian, and dealt with in broader brushstrokes so that this novel’s lyricism is sometimes swallowed up by narrating causes and effects – the government crackdown on literature, for example, and the effects of industrialisation on the working-classes. Characters sometimes stay shadowy and time-slippages in the storytelling, along with shifting viewpoints and multiple addresses to a sometimes anonymous “you” makes this a difficult novel.

이 작품에서 트라우마는 <채식주의자>보다 크고, 더욱 일반적인 필체로 다루어져서 이 소설의 서정성은 인과 관계, 예컨대, 문학에 대한 정부의 탄압과 노동자 계급에게 미친 산업화의 영향과 같은 일을 서술하면서 때로 사라지기도 한다. 때로 등장인물들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이야기를 서술하는 데 있어 시간을 초월하는 것은 시점의 전환, 그리고 때로는 여러 차례 익명으로 “너”라는 지칭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이 작품을 어렵게 만든다.

If it hopes to tie the personal with the political, it does the former so much more powerfully: a mother thinking of her dead son, for example, displays literary mastery – as subtle and specific as it is universally heart-breaking. It is because Han does the personal so exquisitely that we end up wishing for less of the big political picture that takes us outside of her beautifully drawn interior worlds.

만약 이 소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정치적인 이야기와 한 데 엮기 원한다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훨씬 더 강렬하게 그린다: 예를 들어, 죽은 아들을 떠올리는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일인 만큼 은은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며 문학적 탁월함을 보여준다. 작가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아주 정교하게 다루기 때문에 그녀의 아름답게 그려진 내면세계의 밖으로 우리 독자를 내보내는 커다란 정치적 그림을 독자는 차라리 덜 원하게 된다.

 

자료출처 : https://thenewspro.org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