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그리스 강가에서 만나 캉칼(Kangal Dog) – 이호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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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갈(Kangal Dog)은 터키의 나라개(國犬)입니다. 원산지는 터키 중부 캉갈이라는 조그만 읍. 이 개는 터키 사람들의 자랑입니다. 외국에 파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귀하게 여깁니다. 주로 양치기개로 사람과 동고동락하지만 트랙터를 끌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좋습니다. 늑대와 1대1로 싸우면 이길 확률이 50%이상이고 두 녀석이 협공하면 승리는 식은 죽 먹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엄청난 힘과 용맹을 가졌지만 주인에게는 순한 양이나 다름없습니다. 아이에게까지 절대 충성을 받칩니다. 그에 반해 침입자에게는 단호한 응징을 가합니다.

양치기들은 해가 뜨기 전 초원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새벽에 길을 나섭니다. 티그리스 강가에 머물던 어느 날,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컴컴한 어둠, 아니 안개 저쪽에서 느닷없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공격 직전의 경고. 보이지는 않지만 캉갈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도망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순간 온몸의 털이 송곳처럼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은 단 하나. 저 개에게 나는 침입자일 뿐이다. 주변에는 무기로 삼을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있어봐야 캉갈을 이길 도리도 없겠지만. 아, 이게 바로 원초적 공포라는 거구나.

얼어버린 입에서는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엉뚱하게도 ‘진짜 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비된 폭력 앞에서 절대 무기력한 존재. 안개 저쪽의 절대자에게 안개 이쪽의 생명은 ‘먹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개와 사람 간에 설정된 상식적 관계는 안개 하나로 철저하게 무너져 있었습니다. 아! 나는 얼마나 허세 속에 살았던가. 내가 가진 힘이란 게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마침 양치기가 쉬!쉬! 소리와 함께 나타나는 바람에 다시 ‘허세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충격은 꽤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습니다.

여행자, 어느 땐 목숨을 담보로 ‘진짜 나’를 만나려 떠도는 자일지도 모릅니다.

 

이호준 /시인.여행작가.칼럼리스트 sagang@mediasoom.co.kr<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부><자작나무 숲으로 간 당신에게> <나를 치유하는 여행> 등의 여행서, 산문집과 캘리그래피 시집 <사랑은 저 홀로 아름답고>를 펴냈다.

자료출처 : 미디어 숨  http://www.mediaso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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