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추억 A Memory for Borges- 정한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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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추억

보르헤스가 세상을 뜨기 전, 그러니까 1980년대 초반, 내가 군대에 있었을 때였는데요. 그의 문학에 매료된 나는 용감하게도 아르헨티나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지요. 당신의 소설은 마치 ‘시’ 같다, 서사와 상상의 울림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등등, 칭찬을 하고 나서, 나의 시집 [유령들]을 당신이 근무하는 ‘바벨의 도서관’에 기증하고 싶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그로부터 국제우편 답장이 왔고, 이것 때문에 한 열흘은 마음이 들떠있었는데요. (아마도 눈을 못 보는 그를 대신해 비서가 보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답장의 내용은 단 석 줄이었습니다. 지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죠. “당신 시집 기증에 감사한다./우리 도서관에 백 년 동안만 보관하겠다./그 다음에는 다시 찾아가기 바란다.”

 

 

A Memory of Borges

 

In the early 1980s, before Borges passed away, I was serving in the military. Being fascinated by his literary works, I elected to send a letter to Argentina. Your stories read like poems, and your narrative imagination has opened up the new world to me. After praising him, I added one last sentiment. “I’d like donate my poem book Ghosts to your Library of Babel.” Though I did not expect any reply at all, to my surprise, he returned my letter. I was ecstatic for weeks even though the sightless writer probably had his secretary send it. I remember the contents word for word. All three sentences. “Thank you for donating your book to our library. / We will keep the book no more than one hundred years. / After that, reclaim it please.”

 

정한용 시인 :  1958년생 시인, 시집[거짓말의 탄생]외 다수

TRANSLATOR : Seth Feldman (Canada, b. 1977) is a teacher, writer and musi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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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Comment:
    아르헨티나에 간다면(갈 수 있다면)
    해야할 일이 하나 생겼네요(할 수 있다면)
    끝없이 이어진 서대를 걷다가 낯익은 이름의 시집을 보는 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로 읽는 것(읽을 수 있다면)
    한 백년 안에(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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