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맨
처음 그녀의 이름은 ‘림’이었다
채림이 이승환과 이혼하기 전이었다
다음은 ‘현정’이었다
고현정이 <선덕여왕>에서 악명을 떨치던 2009년 여름이었다
지금은 ‘민아’로 이름을 바꾸었다
짐작하시겠지만, 이건 신민아가 요즘 날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는 민아를 사랑했던 것이고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겨놓았고
내가 지금 풀어쓰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일 년간 주로 그는
민아를 컴퓨터 모니터에서만 만났다
그리고 꿈을 꾸고, 꿈을 부풀리고, 꿈이 실현되길 원했다
이 년 지나고, 그는 민아를 VR로부터 현실로 불러내고 싶었다
지극정성이 통했는지, 삼년 지나
민아가 잠깐씩 이 세상으로 건너와 그를 만나주었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이 밟아가는 순서대로
그들은 영화관에 가고 맥줏집에 가고 모텔에 갔다
하지만 민아는 아바타일 뿐,
칸트의 표현을 빌리면, ‘물 자체’는 아니었다
부어스틴의 말을 따르자면, 환상이고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표현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욕망’이었다
아니, 욕망의 찌꺼기가 부풀어 오른 배설이었다
아니, 요설이며 모멸이며 좌절이었다
그는 방황했다
디지털의 벽은 완고했으면, 그가 들어갈 문은 없었다
매트릭스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사유와 질서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결심했다
디지털맨이 되기로
내 사랑은 내 목숨보다 강하다 (2010/7/20 23:37 담벼락)
나는 무에서 왔지만 무로 돌아가지는 않겠다 (2010/9/12 22:30 담벼락)
드디어 길을 찾았다 (2010/10/02 12:16 담벼락)
오, 신이시여 (2011/1/17 15:45 담벼락)
그는 천 시간에 걸쳐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삼백 번 본 다음 스스로 길을 깨우쳤다
존경하는 키아누 리브스 사부께서 넌짓 손짓을 하시자
그는 매트릭스 세계로 들어갔다
바슐라르의 표현대로, ‘가치부여’가 이루어졌다
정한용의 이론에 의하면, ‘존재의 탈존재화’가 섬광처럼 성립되었다
그는 디지털에 안착했다
사랑하는 민아씨
이렇게 시작하는 그의 유서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였다
그가 매트릭스로 들어가고 난지 일 년
만약 여러분이 지금이라도 인터넷으로 소셜네트워크에 접속한다면
그들이 몰래 데이트하는 것을 훔쳐볼 수 있다
거기에서도 그들은
영화관에 가고 맥줏집에 가고 모텔에 간다
.
A Digital Man
Her first name was “Lim,”
Before Chae Lim was divorced from Lee Seung-hwan.
In the summer of 2009, she was “Hyun-jeong,”
When Go Hyun-Jeong became notorious
For the role of Queen Seonduk.
Now she has been renamed “Min-ah,”
You might know her –
Shin Min-ah is gaining fame nowadays.
So, in brief, he loved Min-ah,
Died to seize her love,
Left his story on the walls of Facebook,
And, now, I am interpreting it.
For the first year,
He met Min-ah only on a computer monitor.
He dreamed of her until the dream grew
So that he would have died to make it real.
Two years had passed,
He wanted to reach into that monitor
And pull her into his world.
Maybe 3 years of his virtual constancy
Would inspire her to meet him face-to-face.
They followed in the well-worn footsteps of all lovers,
To cinemas, to bars, to motels.
Yet she was only an avatar,
Not “a thing itself” in Kant’s words.
Or as Boorstin put it, a fantasy or image,
A “desire for a non-reality.”
But she was none of these;
A remnant excreted from swollen desire,
She was eloquence, scorn, and frustration.
He had wandered long
Only to find a great separating wall
In this simulated world.
The rules governing the human soul were irrelevant.
A poison not without intrigue.
He finally decided
To become a Digital Man.
My love is stronger than my life. (2010/07/20 23:37)
I am from nothing, but wouldn’t go back to nothing. (2010/09/12 22:30)
Finally, I found the way. (2010/10/02 12:16)
Oh, my God! (2011/1/17 15:45)
He watched The Matrix series
For a thousand hours…
He found the WAY.
With a slight gesture from Master Keanu Reeves,
He could enter into that world.
As Bachelard put it, “the Value Addition” was gained.
According to Jeong’s theory, “the trans-being of Being”
Was acquired instantaneously.
He was seated safely in the digital world.
My darling Min-ah……
The first words of his testament –
The key that unlocked a new world.
One year has passed since his transition into the matrix.
Now, if you connect to any number of social networks,
You can hear whispers of their secret romance.
There, they also go
To cinemas, bars, and mo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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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용 시인 : 1958년생 시인, 시집[거짓말의 탄생]외 다수
TRANSLATED BY Seth Feldman (Canada, b. 1977) is a teacher, writer and music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