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처럼
끝을 뾰족하게 깎으면
날카로운 창이 되고
끝을 살짝 구부리면
밭을 매는 호미가 되고
몸통에 구멍을 뚫으면
아름다운 피리가 되고
바람 불어 흔들리면
안을 비워 더욱 단단해지고
그리하여
60년 만에 처음으로
단 한번 꽃을 피운 다음
숨을 딱 끊어버리는
그런 대나무가 되고 싶다.
Like a Bamboo
If its tip is sharpened,
It becomes a spear.
If one end is bent slightly,
It becomes a hoe for weeding.
If holes are bored into its body,
It becomes a melodious flute.
If shaken by the wind,
It empties its insides to become stronger.
And, at last,
After blooming
Just once in 60 years,
It stops breathing.
I wish I could be like a bamboo.
이산하 시인은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선전국에서 활동하던 1987년 3월, 사회과학무크 <녹두서평> 창간호에 ‘제주 4·3사건’의 학살과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엄청난 충격과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Translated by 전승희 Seung-Hee Jeon
(literary critic and translator, editor of Asia: A Magazine of Asian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