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세추세츠 베이 콜로니의 최초의 주지사였던 청교도 존 윈트롭(John Winthrop)은 매세추세츠 베이가 마태복음 팔복에서 강조하는 “산 위에 있는 동네 (마 5:14)”가 될 것이라고 설교하였다. Model of Christian Charity라는 설교제목에서 드러나듯이..그가 바라는 이상향적인 모델은 기독교의 사랑이 흘러넘쳐 모든 세상 사람의 눈길이 매세추세츠 베이 땅을 우러러 보는 것이었다.
2. 대개 크리스텐돔(Christendom)의 열망으로 해석되어진 이 설교는 미국의 오래된 도시들에 가면 쉽게 그 설교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런 대표적인 도시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자라고 불리우는 조나단 에드워즈가 사역했던 그리고 쫓겨났던 노스햄프턴(Northampton)이다.
3. 노스햄프턴 제일 교회의 위치(129 Main st. Northampton, MA)가 이 크리스텐돔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노스햄프턴 시내 메인스트리트의 거의 중앙에, 오른쪽에 시청이 보이고, 왼쪽에 시의회가 붙어있는 바로 그 위치가 말이다. 또한 메인 스트리트 자체가 시내 전체에서 고지대에 속하는 지역이어서 문자적으로도 노스햄프턴이라는 도시는 산 혹은 언덕 위에 있다.
4. 미국에 와본적이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분들을 위해 한국적으로 크리스텐돔을 상징적으로 설명하면,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한 복판에, 필자가 존경하는 이순신 동상을 제거하고, 거기에 바로 교회를 세웠다 이말이다.
5. 기독교 국가 혹은 기독교 도시가 되려는 열망은 세상의 빛으로 살고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이것을 본질적으로 정치 혹은 권력과의 결탁으로 나쁘게 볼일만도 아니다. 청교도는 청교도대로 기독교 국가를 세우려고 하고, 아나뱁티스트도 아나뱁티스트답게 기독교 국가를 세우려고 하는 것이다.
6. 노스햄프턴 제일교회의 건축 양상은 크리스텐돔의 열망을 보여주는데, 기존의 종교개혁자들의 교회건축 스타일과 큰 차이를 보인다. 대개 종교개혁자들은 중세의 찬란한 고딕양식에서 벗어나, 마치 시골 농가의 헛간스타일로 단순하게 교회를 건축했다. 그러나 노스햄프턴 제일교회는 중세의 고딕과 종교개혁의 헛간 스타일의 그 중간 쯤으로 19세기의 빅토리안 고딕 스타일에 가깝다.
7. 성(sacred)과 속(secular)을 명확히 구분하고, 하나님의 임재가 성스러운 곳에만 임재하는 것처럼 혹은 성스러운 곳이 세속화된 곳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중세가 교회를 건축했다면, 종교개혁자들은 그런 건축 스타일에서 떠나, 성과 속의 구분을 없애고, 시골 농부들의 일터처럼 교회를 건축했다. 청교도들의 크리스텐돔 열망은 교회건축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데, 신학적으로는 종교개혁자들을 따르면서도, 청교도식 크리스텐돔은 중세 정치와 더 닮아있기 때문이다.
8. 크리스텐돔의 문제점 중 하나는 누가 교회의 참 신자인가에서 드러난다. 19세기말 네덜란드 교회에서도 유아세례증서가 바로 시민권이던 시절이 있었다.
기독교 국가의 시민이 모두 신자라고 볼 수 있는가? 누가 성찬에 참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크리스텐돔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9. 조나단 에드워즈는 외할아버지 솔로몬 스타다드의 목회지를 물려받았다. 외할아버지는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기독교 국가의 시민이라면, 성찬에 참여할 수 있게 한 반면, 에드워즈는 참된 신앙의 증거를 드러내는 신자만이 성찬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여러 문제가 겹치지만, 크리스텐돔과 연결된 성찬 이슈가 에드워즈를 사임하게 만든다.
10. 노스햄프턴 제일교회가 그 자신의 위치와 건축양식으로 드러낸 크리스텐돔은 이루어졌는가? 노스햄프턴은 존 윈트롭이 설교하고, 조나단 에드워즈가 꿈꾸었던 산 위에 있는 동네가 되었는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도시(gay city)중의 하나가 되어 40년째 동성애 퍼레이드를 하는 노스햄프턴에 대해서 에드워즈는 “진노하시는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죄인(Sinners in the hands of an angry God)을 설교할 것인가? 아니면, 만일 천년왕국이 임한다면, 바로 이곳, 노스햄프턴에 임할 것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가지고 있을 것인가?
김은득 : 칼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헤르만 바빙크의 공공신학(Herman Bavinck as a public theologian)으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으며, 미국 내 여행을 즐기는 목회자이다.